현대 경마 혈통 1. 이클립스(1764년~1789년)
예전 글에는 250년 전 경주마 이클립스를 올리지 않았는데 혈통적으로 너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씨수말이라 도저히 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매년 1월이 되면 전미대륙은 유명 휴양도시에서 개최되는 이 시상식 때문에 한바탕 열기에 휩싸인다. 취재를 위해 몰려든 기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방송국은 천문학적인 광고료가 보장되는 중계권을 확보하려고 거금을 내놓는다. 위성을 통해 지구촌 곳곳으로 방송되는 이 시상식을 보며 시청자들은 마치 자신이 그 수상자인 양 환호성을 지른다. 바로 그해의 가장 뛰어난 경주마를 선정하는 ‘이클립스 어워드(Eclipse Awards)’ 시상식의 풍경이다.
‘이클립스 어워드’는 18세기의 전설적인 명마 ‘이클립스’를 기념하기 위해 1971년부터 NTRA(National Thoroughbred Racing Association, 전미 더러브렛 경주협회)의 주관 하에 연도 대표마와 최우수 기수 등 총 16개 부문에 걸쳐 시상을 하는 전 세계 경마인의 가장 큰 축제다. 그런데 도대체 ‘이클립스’라는 말이 어떤 말이기에 한낱 미물인 주제에 300년이 지난 후에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이 기리고 있는 것일까?
개기일식(total eclipse)이 있던 1764년 4월 5일, 이클립스는 영국의 ‘크랜본 로지(Cranborne Lodge)’ 목장에서 더러브렛의 3대 시조 가운데 하나인 ‘달리 아라비안(Darley Arabian)’의 고손자로 태어났다. 어릴 때는 성질만 사납고 볼품 없는 체격의 ‘못된 망아지’에 불과해 목장 사람들은 난폭한 성질을 죽이기 위해 거세까지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클립스의 잠재적인 능력은 주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자라면서 드러난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력한 힘, 그 누구의 손길도 거부하는 야성의 성격은 눈길을 확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5살이 되어 처녀 출전한 4마일(약 6㎞) 직선 주로 경주에서 이클립스는 2위와 200m(약 80 마일)의 간격을 두고 우승하는 괴력을 선보인다. 심지어 ‘이클립스가 가장 먼저 들어왔고, 나머지는 보이지도 않았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이후의 경주에서도 이클립스는 ‘2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승리를 밥 먹듯이 거뒀고, 이틀 동안 2번의 경주에 출전해 모두 우승을 하기도 했다. 채찍질이나 박차를 가하지 않아도 절대로 다른 말의 뒤에서 달린 적이 없었던 이클립스인 탓에 결국에는 그 어떤 말도 감히 도전하겠다고 나서지 않아 1771년 7세 은퇴...이클립스의 조기 은퇴는 마주馬主 오켈리의 결정이었다. 경주의 결과가 늘 예측 가능하여 도박 비즈니스의 위축을 우려한 영향이 컸다... 이클립스는 약 72kg의 부담중량을 지고 경기마다 최소 2마일(3km)이 넘는 거리를 뛰고서도 건강 문제 없이 무사히 은퇴하였다.
...당시의 성적은 18전 18승 무패의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겼다.
이클립스는 이후 씨수말로 18년 동안 활동하며 344두의 우승마를 배출하게 된다. 현대 더러브렛의 3대 주류인 노던댄서(Northern Dancer)계, 네이티브댄서(Native Dancer)계, 나스룰라(Nasrullah)계 모두 이클립스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에 전 세계 더러브렛의 90% 이상이 이클립스의 자손인 셈이다.
이클립스는 1789년 2월 26일 25살의 나이에 산통(배앓이)으로 화려했던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클립스의 해골은 영국 자키클럽 박물관에서 지금도 전시 중이며 이클립스의 발굽으로 만든 잉크통은 영국 왕실에 헌납됐다. 꼬리털은 영국 국왕이 사용하는 채찍이 되었다.
경마의 전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클립스는 살아서는 11번의 ‘국왕배 경주(King`s Plate)’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죽어서는 국왕의 곁에 머무르며 영원불멸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기사제공 헤럴드경제-
미국에서 영국 출신 말의 이름을 딴 어워드라니 조금 아이러니하긴 합니다. 맨오워같은 미국의 전설적인 명마 이름을 붙여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주마의 심장을 땅에 매장하기 위해 부검을 해보면 심장이 이례적으로 큰 말들이 있다. 1932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전설적인 경주마 Phar Lap의 심장은 14 파운드나 나가는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이 발견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과학자들은 심장의 크기와 성적의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다른 과학자들도 이 연구에 참여했다. 1989년에는 Secretariat의 심장 무게가 22 파운드라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후 이를 넘어선 기록은 아직 없다. 그의 라이벌 Sham의 심장은 18 파운드였는데 이후 대형 심장의 특성을 유전적으로 추적하는 혈통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 두 마리 모두 거대한 심장을 가진 Princequillo를 선대마로 두고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또한 대형 심장을 가진 말들의 혈통을 추적하자 Eclipse와 암말 Pocahontas가 나왔는데, Pocahontas는 부계 및 모계 혈통 양쪽에서 거대 심장 유전자와 관련이 있는 Eclipse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켄터키대학교 Maxwell Gluck Equine Research Center의 유전학자인 Gus Cothran 박사는 성별 관련성에 관한 호주 연구자들의 발견이 정확하다면, 대형 심장의 속성은 단일 개체의 유전적 돌연변이가 수백 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1764년 태어난 Eclipse에게 커다란 심장을 준 바로 그 유전자가 1970년에 생산된 Secretariat에게 거대 심장을 준 유전자와 일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Pocahontas는 두 개의 X 염색체 모두에 동일한 근원 즉 Eclipse의 딸 Everlasting으로부터 대형 심장의 속성을 물려받은 뛰어난 이중 복제 암말이었다. 또 다른 위대한 이중 복제 암말 La Troienne 역시 양쪽 X 염색체를 통해 Everlasting과 Eclipse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La Troienne은 Pocahontas와 관련이 있지만 Sterling의 아비말 Teddy와 딸들을 통하여 Everlasting에게 연결이 된다.
Sterling(1868)은 Flatcatcher를 아비말로 둔 Whisper(1857)라는 이름의 암말로부터 생산되었다. Flatcatcher의 어미말 Decoy(1830)의 어미말은 Finesse(1815)이었고, Finesse의 어미말은 Violante(아비말 John Bull)가 낳았으며, John Bull의 어미말 Xantippe의 아비말이 Eclipse이었다. Violante의 어미말은 단순히 Highflyer mare(Highflyer의 딸)이라고만 알려진 암말이었고, 그의 어미말은 Eclipse의 딸 Everlasting이었다.
Whisper의 어미말은 Melbourne을 아비말로 둔 Silence(1848)였고, Melbourne의 어미말은 Cervantes의 딸이었고, Cervantes의 어미말은 Evelina(아비말 Highflyer)이었다. Cervantes의 딸을 낳은 것은 Golumpus의 딸, 이를 낳은 것은 Pavnator의 딸, 이를 낳은 것은 St. George의 딸이었다. St. George의 어미말은 Eclipse의 딸이었다.
Silence의 어미말 Secret(1841)은 Skyscraper의 딸 Cobbea를 4대모로 두었는데, Skyscraper의 아비말은 Highflyer이고 어미말은 Everlasting(아비말 Eclipse)이었다. La Troienne의 혈통은 대형 심장 X와 같은 유전적 속성을 물려주는 데 있어서 모계 혈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오늘날 더러브렛 혈통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형 심장 혈통은 Princequillo, War Admiral, Mahmoud, Blue Larkspur이다. 다른 대형 심장 혈통들도 거슬러 올라가면 Eclipse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