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만세 - 부산경마공원 안우성 조교사-
마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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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7 18:43
영웅만세
글_ 안우성 / 부경경마장 4조 관리사
(현재 부산경마공원 조교사)
2000년, 저는 27살에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에 입사하여 마필관리사로 근무하던 중 부산경남경마장이 개장하면서 2004년도에 부산으로 근무지를 옮겨 현재는 4조 임금만조교사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안우성이라고 합니다.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할 때 주변 지인이나, 형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피우면서까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부산에 내려오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참 용감했던 것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후회하는 경우도 많지만, 저의 경우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경경마장을 선택했던 당시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부산에 도착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보다 박승호관리사가 2개월 먼저 내려와 말들을 트레이닝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말하길 ‘야~ 이 마장이 승호네 꺼냐! 왜 맨날 떨어지냐’고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서울경마장에서 4~5년의 경력은 있었지만 박승호씨와 제가 4조의 팀장이 되어 경주마를 트레이닝 시키기엔 경험도 많이 부족했고, 지식도 전무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연히 초창기 성적은 뒤에서 3번째였습니다. 모의경마시절 우리가 열심히 관리한 말이 경주에 나가면 TV 앞에 모여 앉아, 5승만 하라고 소리 높여 응원하던 4조가 지금은 어느덧 상위랭크에 올라가 있습니다. 처음 팀장을 맡았을 때의 저희를 생각하면 여기까지 온 것이 참 대견합니다. 지금은 나름 경험도 쌓이고 열심히 한 탓에 조금은 나아졌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뒤돌아보니 벌써 10년이 지나갔네요.
‘영웅만세’와의 만남은 2006년도 가을이었습니다. 고가의 좋은 말을 소유하고 계시던 마주님을 조교사님이 설득하여 두 마리를 구매하게 된 것이 바로 ‘영웅만세’와 ‘무한드림’ 이었습니다. 문수열씨가 말에 대한 정보가 많아서 임금만 조교사님, 김호조교사님, 수열이형, 저 이렇게 4명이 말을 보러 성수목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가을이었는데 ‘사이코배블’의 암말은 매우 키가 크고 듬직했고, ‘사라토가스플래쉬’의 자마 영웅만세는 하얀 백면에 고래눈을 가진 작은 체구에 비가온 탓에 온몸에 진흙을 뭍이고 있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조교사께서는 매우 만족해하시며 ‘영웅만세’는 체구가 조금 작으니 거세를 시켜달라고 이종욱 사장님께 부탁을 하고 부산으로 올라오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그 당시 교류 삼관마경주도 없었고 출주마 조건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김호조교사님이 영웅만세를 보시고 ‘눈빛이 장난이 아니다. 1200미터까지는 무조건 달린다’라고 하셨을 만큼 체구는 작았지만 근성이 있는 말이었습니다. 2007년 4조에 들어와 본격적인 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영웅만세는 다른 말들과 좀 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어린 망아지 임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전혀 없었고 보폭이 컸으며, 마치 구름 위를 나는 것처럼 높이 점프를 하는 걸음걸이는 저를 무척 당황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리고 승부욕도 대단했습니다. 경주중에 말들에게 갇히게 되면 공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고 해서, 기수들이 제어하기 매우 힘들어 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영웅만세는 왼쪽 앞에 있는 말은 무조건 따라잡지만 일단 따라잡았다 싶으면 더 이상 뛰지 않아 오른쪽 뒤에서 달려오는 말들에게 어이없이 지는 일들도 가끔씩 있었습니다.
영웅만세의 데뷔전이 생각납니다. 우리들은 1등을 기대하며 1000미터 출발대에 선 영웅만세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스타트를 제대로 못해(원래 스타트가 빠름) 꼴찌로 출발했고, 그 순간 4조 식구들은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말과 말 사이를 정신없이 뚫고나와 일등을 해버리는 겁니다. 지금도 그 기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정말 용감하고 승부욕이 대단한 말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는 ‘영웅만세’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2007.12.7. 2세 경남도민일보배 경주에는 너무나 훌륭한 말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출전했던 마필이 지금도 부경에서 경주마생활을 하고 있는 ‘08년 코리안더비 우승마 에버니스톰, ’08년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우승마이자 최우수마 개선장군, ‘08년 코리안오크스 우승마이자 최고의 암말 절호찬스 등이 있었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6마신차로 영웅만세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영웅만세는 거세마라는 이유로 다음해에 치러진 삼관마경주에는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글_ 안우성 / 부경경마장 4조 관리사
(현재 부산경마공원 조교사)
2000년, 저는 27살에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에 입사하여 마필관리사로 근무하던 중 부산경남경마장이 개장하면서 2004년도에 부산으로 근무지를 옮겨 현재는 4조 임금만조교사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안우성이라고 합니다.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할 때 주변 지인이나, 형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피우면서까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부산에 내려오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참 용감했던 것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후회하는 경우도 많지만, 저의 경우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경경마장을 선택했던 당시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부산에 도착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보다 박승호관리사가 2개월 먼저 내려와 말들을 트레이닝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말하길 ‘야~ 이 마장이 승호네 꺼냐! 왜 맨날 떨어지냐’고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서울경마장에서 4~5년의 경력은 있었지만 박승호씨와 제가 4조의 팀장이 되어 경주마를 트레이닝 시키기엔 경험도 많이 부족했고, 지식도 전무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연히 초창기 성적은 뒤에서 3번째였습니다. 모의경마시절 우리가 열심히 관리한 말이 경주에 나가면 TV 앞에 모여 앉아, 5승만 하라고 소리 높여 응원하던 4조가 지금은 어느덧 상위랭크에 올라가 있습니다. 처음 팀장을 맡았을 때의 저희를 생각하면 여기까지 온 것이 참 대견합니다. 지금은 나름 경험도 쌓이고 열심히 한 탓에 조금은 나아졌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뒤돌아보니 벌써 10년이 지나갔네요.
‘영웅만세’와의 만남은 2006년도 가을이었습니다. 고가의 좋은 말을 소유하고 계시던 마주님을 조교사님이 설득하여 두 마리를 구매하게 된 것이 바로 ‘영웅만세’와 ‘무한드림’ 이었습니다. 문수열씨가 말에 대한 정보가 많아서 임금만 조교사님, 김호조교사님, 수열이형, 저 이렇게 4명이 말을 보러 성수목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가을이었는데 ‘사이코배블’의 암말은 매우 키가 크고 듬직했고, ‘사라토가스플래쉬’의 자마 영웅만세는 하얀 백면에 고래눈을 가진 작은 체구에 비가온 탓에 온몸에 진흙을 뭍이고 있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조교사께서는 매우 만족해하시며 ‘영웅만세’는 체구가 조금 작으니 거세를 시켜달라고 이종욱 사장님께 부탁을 하고 부산으로 올라오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그 당시 교류 삼관마경주도 없었고 출주마 조건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김호조교사님이 영웅만세를 보시고 ‘눈빛이 장난이 아니다. 1200미터까지는 무조건 달린다’라고 하셨을 만큼 체구는 작았지만 근성이 있는 말이었습니다. 2007년 4조에 들어와 본격적인 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영웅만세는 다른 말들과 좀 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어린 망아지 임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전혀 없었고 보폭이 컸으며, 마치 구름 위를 나는 것처럼 높이 점프를 하는 걸음걸이는 저를 무척 당황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리고 승부욕도 대단했습니다. 경주중에 말들에게 갇히게 되면 공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고 해서, 기수들이 제어하기 매우 힘들어 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영웅만세는 왼쪽 앞에 있는 말은 무조건 따라잡지만 일단 따라잡았다 싶으면 더 이상 뛰지 않아 오른쪽 뒤에서 달려오는 말들에게 어이없이 지는 일들도 가끔씩 있었습니다.
영웅만세의 데뷔전이 생각납니다. 우리들은 1등을 기대하며 1000미터 출발대에 선 영웅만세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스타트를 제대로 못해(원래 스타트가 빠름) 꼴찌로 출발했고, 그 순간 4조 식구들은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말과 말 사이를 정신없이 뚫고나와 일등을 해버리는 겁니다. 지금도 그 기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정말 용감하고 승부욕이 대단한 말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는 ‘영웅만세’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2007.12.7. 2세 경남도민일보배 경주에는 너무나 훌륭한 말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출전했던 마필이 지금도 부경에서 경주마생활을 하고 있는 ‘08년 코리안더비 우승마 에버니스톰, ’08년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우승마이자 최우수마 개선장군, ‘08년 코리안오크스 우승마이자 최고의 암말 절호찬스 등이 있었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6마신차로 영웅만세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영웅만세는 거세마라는 이유로 다음해에 치러진 삼관마경주에는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