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농사 망친 경주마 생산자들...경마중단의 직격탄
3년 농사 망친 경주마 생산자들...경마중단의 직격탄
겨울왕국이었을지도 모른다. 거대한 냉동창고 안에서 얼음을 만드는 이와 아름답게 조각하는 이, 이를 판매하는 이와 사는 이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어느날 그 냉동창고에 공급하던 전원을 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관리자는 말한다.
‘나중에 다시 켜면 되잖아’
<온라인경매시행으로 현장참여가 제한된 보행장 9/8(화)>
코로나19 프레임에 갇힌 경마
지난 9월 8일(화) 제주에서는 올해 마지막 2세마 경매가 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총 5차례로 예정되어 있던 것이 3차례로 축소된 것도 모자라서, 이번 경매를 앞두고 악재가 이어졌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경매전날 예정되었던 브리즈업도 토요일로 일정을 변경해야했고, 경매당일 역시 100%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기록을 남겼다. 최대한 일정을 소화하고자했던 경주마생산자협회 측의 노력은 가상했다. 그러나 결과가 참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사회적거리두기 단계격상보다 앞서 진행됐던 한국마사회의 경마중단 선언 때문이다.
73두 상장 중 3두 낙찰, 최종 낙찰률 4.1%, 최고가 2,550만원, 총낙찰액은 6,550만원이었다. 올 5월의 20.5%의 사상 최악의 낙찰률 때도 충격이 컸었고, 무관중경마가 진행중이던 7월 경매 때도 24.6%의 낙찰률로 반등에 실패했던 터라 이번 9월의 마지막 경매는 생산자들 입장에서는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경매 직전 터진 경마중단 선언에 대부분의 목장은 사실상 마음의 준비를 했던 터. 그렇다해도 막상 받아든 성적표에 아연실색하기는 매한가지였다는 후문이다. 올해 2세마가 된 2018년생 말들은 총 845두 생산 중 827두가 등록되었으며, 그 중 경매로 낙찰된 말은 총 147두에 불과하다. (1세마 경매 83두, 2세마 경매 64두)
경주마생산시장이 가장 크게 타격을 입는 이유는 투자시점과 회수시점의 간격이 최소 2년 이상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생산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2017년 교배시점부터 혈통에 따른 배합 등의 투자가 시작된 셈인데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한국마사회는 무상교배하던 씨수말의 교배두수를 농가당 2두로 제한했다. 유상교배 역시 농가당 두수제한을 뒀기 때문에 생산자들 입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민간씨수말 도입붐이 일었던 시점이기도 하다. 이는 메니피 자마의 두수제한과 같은 의미이기도 하며 더불어 신규 씨수말들의 시장검증무대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3년 농사를 망친 생산자들에게 앞으로 3년 후를 내다볼 농사를 다시 지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좌측에 보이는 건물이 경매장. 차도가득 들어서던 차량행렬도 사라졌다.9/8(화)>
전세계를 얼어붙게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가 단지 경마산업에만 미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숨통이 트여있고 매출이 줄어드는 수준의 타산업에 비하면 경마산업은 제로퍼센트가 아닌 인건비 마이너스로 최악의 상황이다. 응급처방으로 시행한 무관중경마가 해법은 아니지만 해외중계권 수출 등의 소규모 매출의 숨통마저 끊어버리는 지금의 경마중단 사태는 심히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는 지난 8월 24일 입법발의한 한국마사회법 일부개정안이다. 온라인마권발매를 가능케 하는 이 법안의 통과여부에 경마와 말산업의 사활이 걸려있다. 이번 경매를 강행했던 생산자협회도, 코로나프레임 속에 지는 싸움임을 알면서도 경마중단금지가처분소송을 냈던 경마창출자 단체들의 움직임은 모두 이 온라인입법통과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더 이상의 잡음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한국마사회가 화답해줄 차례다. 온라인경마입법 통과를 위해 부디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얼음이 다 녹아버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