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컵 2회 제패의 런던타운! 진짜가 나타났다!
코리아컵 2회 제패의 런던타운! 진짜가 나타났다!
2016년 한국경마 사상 최고의 상금 10억원이 걸린 국제 대회가 오픈했다. 1800M, 코리아컵(GⅠ)은 해외 유수의 말들을 초청해 국내 예선전을 통과한 말들과 겨루는 대회로, 최대 16두의 말들이 출전할 수 있다. 해외말들이 강하리라는 것은 각오했던 일이었기에 첫 대회에서 일본의 크리솔라이트가 우승을 차지했을 때만해도 다음해에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의욕이 쉽게 꺾이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7년. 진짜가 나타났다.
<런던타운2017코리아컵우승>
코리아컵 2회와 3회를 연거푸 제패했던 런던타운은 한국경마의 현주소를 뼈저리게 직시하게 했다. 우리말들과 15마신 이상의 차이를 내는 압도적인 경주력은 물론 1800M를 달리는 내내 지치는 기색없던 여유로움과 여전히 엄두도 나지 않는 트랙레코드(1800M, 1:50.6)까지. 하다못해 순발력만큼은 밀리지 않으리라는 기대감마저 어린아이 손목 꺾듯 쉽게 무너뜨렸다. 3회 대회를 치른 직후 한국경마에 밀려들었던 자괴감과 패배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손자병법은 ‘적은 더 가까이 두라’ 했다. 순간의 굴욕에 머물지 않고 런던타운을 씨수말로 도입한 것은 한국경마발전을 위한 과감한 선택이다. 코리아컵 1회 대회 우승마 크리솔라이트의 뒤를 이은 행보이기에, 이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뜨겁다. 더트경주마에 대한 인기가 덜한 일본에서 8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런던타운을 보면서 안타까워했던 일본의 경마팬들은 런던타운이 한국에서 더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었다며 한국에서의 종마생활을 환영했다.
일본 최고의 더트경주마, 카네히키리
런던타운은 일본에서도 유달리 팬덤이 두터운 경주마다. 이유는 일본 최고의 더트마 중 하나인 카네히키리(Kane Hekili)가 부마이기 때문. 런던타운이 코리아컵에 출전할 때 카네히키리의 아들이라 응원하러 왔다는 일본팬이 있었을 정도다. 카네히키리는 3세 때 재팬더트더비(G1)와 더비그랑프리(G1) 우승 후 중앙경마에 진출, 그해 재팬컵더트(G1) 트로피마저 들어올리며 일본 최고의 더트경주마로 선정됐다. 그리고 이듬해인 4세때 일본 중앙경마의 또다른 더트 G1대회인 February Stakes까지 우승한다. 지방경마에서 중앙경마로 진출해 G1대회를 모두 섭렵한 입지전적인 경주마가 바로 카네히키리다. 팬들을 매료시킨 부분은 하나 더 있다. February Stakes 우승 직후 두바이월드컵에 출전해 4위를 차지한 카네히키리(*지금까지 일본경주마가 두바이원정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이다)는 귀국 후 부상에 시달렸다. 28개월간 투병생활을 했지만 그는 3세때 제패했던 재팬컵더트(G1) 트로피를 6세 때 다시 한번 들어올리며 최우수 더트경주마에 재등극한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카네히키리는 이후 씨수말로 전향했지만 후대를 많이 남기지 못한 채 요절해 일본 경마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2018년 제3회 코리아컵 당시 런던타운을 응원하러 온 일본의 경마팬들>
부전자전! 코리아컵은 국내산 말이 우승한다!
런던타운은 그런 부마의 기질을 꼭 빼닮았다. 강력한 순발력을 주무기로 2000M까지 이어지는 스테미너와 폐활량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다. 특히 런던타운은 한국에서 더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준 바 있어, 그의 자마들에게도 그 스피드와 스테미나를 건강하게 물려줄 수 있는 통로역할을 충실히 이행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봄직하다.
일본은 중앙경마의 대부분이 터프경주이기에 더트경주마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다. 런던타운이 일본에서 8세까지 현역으로 뛸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운 오리 새끼는 다름 아닌 아름다운 백조였다는 것을, 런던타운이 한국에 와서 진짜로‘써’ 활동하면서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2025년 이후에는 ‘국내산’ 말이 코리아컵은 분명 우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