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악의 낙찰률, 코로나19에 치명상 입은 경마산업
사상최악의 낙찰률, 코로나19에
치명상 입은 경마산업
드디어 경마관련 일정의 첫 바퀴가 구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12일(화) 제주시 조천읍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경매장에서 올해 첫 국내산 경주마 경매가 열렸다. 당초 3월로 예정되었던 1차경매가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해 취소된 후 3주전 4월 내륙경주마경매나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기에 실질적인 오프라인 경마관련 일정의 시작인 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임을 고려해 주최측인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는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목장입구부터 차를 멈춰 세운 후 승객들의 발열체크를 한 후 1차 확인증을 발급한데 이어, 경매장으로 향하는 출입구도 한 곳만 개방한 채 이동하는 관계자들의 명단제출과 신원확인은 물론 재차 발열체크 후 2차 확인증을 발급했고, 의자마다 비워두는 좌석을 표시하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또한 마사회 방송팀 KRBC와 함께 경매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면서 제주까지 갈 수 없었던 구매자들을 배려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2020년 첫 제주 경주마경매는 총 136두가 상장해 28두가 낙찰, 20.5%의 낙찰률로 마감했다. 5월 경매사상 최저낙찰률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11.4%P 낮은 수치였고 평균 낙찰가도 56만원 감소했다. 최고가는 패티스스위트송의 수말자마(테이크차지인디)로 9,000만원에 ㈜디알엠씨티가 낙찰받았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씨수말은 Buy-back 조건으로 국내 수입되었으나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테이크차지인디였다. 최종 상장된 10두 중 최고낙찰가 자마를 포함해 5두가 낙찰 받으며 50%의 낙찰률을 보였다. 반면 카우보이칼의 자마는 높은 관심 대비 낙찰은 되지 않았다. 얼어붙은 시장 속에서 예가를 낮추지 않았던 것이 낙찰 실패의 이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 부분이 이번 경매장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경마시행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보전경주시행조차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과 이로 인한 매출감소는 매출연동제로 그 규모가 정해지는 경주상금까지 압박하고 있다는 점, 구매자인 마주들은 이미 상금없이 위탁관리비만 지출하고 있어 한층 얇아진 지갑에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다는 점 등이 사상 최악의 낙찰률을 야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생산자들도 예가를 유례없이 낮은 수준으로 낮추며 판매에 총력을 기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실제 경매 호가가 진행되는 동안 낮아진 예가에도 그 예가까지 호가가 진행된 경우는 드물었고, 그나마 이뤄진 낙찰도 생산자들이 예가를 더 낮추며 호가에 부응해 성사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고가로 낙찰된 패티스스위트송의 자마 역시 예가를 낮춘 사례다.
2010년 5월 경매의 낙찰총액은 11억 370만원이었다. 당시는 3월 경매가 정상적으로 진행이 된 후 2차 경매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첫 경매였던 2020년 5월의 낙찰총액 11억 1,500만원은 충격적인 결과다. 그야말로 10년전으로의 회귀인 셈이다.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가 주최하는 2차 경매는 오는 7월 7일 브리즈업 세일로 예정되어 있다. 지난해 1세마경매때 반등조짐을 보일만큼 수준높아진 경주마들이 7월 경매에서는 제 가치를 입증받을 수 있을지는 경마시행재개와 그로 인한 상금보전 또는 회복이 가능할지에 달려있다. 최근 불거진 이태원클럽발 감염확산의 진정세가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가 될 것이다. 결국 말산업도 코로나19에 치명상을 입은 셈이다.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는 경마산업의 회생을 위해서는 마사회를 선봉으로 생산자와 마주, 경마현장이 공조를 해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