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경마, 경마산업 심폐소생 받았을뿐
무관중경마, 경마산업 심폐소생 받았을뿐
<출처 : 뉴스핌>
시행 여부를 놓고 말이 많았던 ‘무관중경마’가 지난주 마무리됐다.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23일부터 경마를 중단해 왔던 경마를 지난 19일 부산·경남을 시작으로 서울, 제주 등에서 무관중 경마를 재개했다. 모든 시설에 대해 철저한 출입통제를 실시하고 충분한 거리두기와 강화된 방역수칙을 적용한 가운데 마주만의 입장을 허용한 마사회의 이번 조치는 ‘말산업의 정상화를 고육책이자 미봉책’이었다.
경주마 투자재원과 사료, 장제 등 연관산업의 비용, 경주마 관계자들의 소득기반이 되는 경마상금이 경마중단으로 투입중단되면서 경마산업은 심각한 침체단계에 접어들었다. 심지어 마사회가 경마관계자 경영난 해소를 위해 무이자로 대여했던 상생자금 200억 원도 한계에 도달했다. 이번 경마재개는 절벽 끝에 내몰린 경마산업에 더 늦기 전에 시행한 심폐소생술인 셈이다. 당장의 경마재개를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19일 경마재개 소식이 들리자 미국, 캐나다,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등 7개 국가에서 한국마사회에 접촉해왔다. 현재 전세계 경마도 멈춰있던 상태에서 서서히 몸풀기에 들어간 상태다. 코로나19감염이 특히 심각했던 미국 뉴욕에서 지난 6월 1일 무관중경마를 재개한데 이어 같은날 영국 역시 무관중으로 경마를 재개한 바 있다. 프랑스는 지난 5월 11일에 역시 무관중경마를 시작했다. 이들 국가 역시 산업규모적인 측면에서의 경마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 끝에 내린 결정으로, 온라인베팅으로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한국경마의 재개는 전세계 경마 온라인시장과 경마산업에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효과가 있다. 이에 마사회는 즉시 경주중계를 결정했다.
무관중으로 시행된 이번 경마에는 서울, 부경, 제주의 마주 100여명만 입장이 허용됐다. 당일 출전마 소유마주 중심으로 사전예약과 추첨제로 진행되었고, 입장절차 또한 상당히 까다로웠지만 모처럼 경주로에는 활기가 돌았다. 입장하지 못하고 경주결과만 지켜봐야했던 경마팬들에게도 무관중경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선 경마팬들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매출액이었다. 예상가들로 인해 부풀려져있던 오해들-베팅액이 크다, 배당판을 좌지우지한다 등-이 사그러들만큼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매출을 보이면서 경주들이 이어졌기 때문에 배당양상 또한 큰 의미가 없었다. 이러한 부분은 그간 두드러지지 않았던 패리뮤추얼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무관중경마에 입장했던 한 마주는 고작 만원의 베팅에도 배당이 확 낮아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큰 금액의 베팅이 사실상 힘들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패리뮤추얼시스템을 더욱 여실히 보여줬던 사건(?)도 발생했다. 토요 제주 5경주에서 연승식 0.8배, 복승식 0.7배가 최종 표출되면서 경마팬들을 당황케 했고, 이어진 6경주에서도 단승식 0.8배, 복승식 0.7배가 한 번 더 연출됐다. 대부분의 경마팬들이 처음 본 배당판에 의아해했지만 이는 마사회의 배당환급시스템이 패리뮤추얼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을 뿐이며 이는 한국마사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즉 위의 경우는 적중자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며, 한국마사회법 제 제8조 제2항 전문에는 ‘승마투표 적중자가 없는 경우의 발매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마권을 구매한 자에게 환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단,연승식에 해당하는 환급률 80%, 복승식 등의 환급률 73%에 맞춰 환급하게 되는데, 표출되는 배당판에 이미 이러한 환급률이 적용되어 있음과 같은 논리로 최종 배당이 0.8, 0.7(푼이하 절사) 표출된 것이다.
한편, 관중과 함성소리 없는 낯선 경주로 속에서 가장 선전한 마방은 서울48조, 김대근 조교사였다. 6전 3승 2위 2회로 승률 50%, 복승률 83.3%를 보였고 이중 이준철 기수와 4번의 입상을 합작하며 찰떡호흡을 과시했다. 부경에서는 외국인 조교사들의 약진이 돋보였고 그 중 8조 토마스 조교사가 11전 2승 2위 4회로 복승률 54.5%를 기록했다.
기수들의 노익장(?)도 두드러졌다. 서울에서는 50대의 원투펀치 박태종기수와 먼로 기수가 공히 3승씩을 거두며 활약했고 특히 박태종기수는 휴장 후 첫 대상경주였던 헤럴드경제배에서 청담도끼와 호흡을 맞추며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무더위마저 제압하는 노련미를 뽐냈다. 부경에서도 원년멤버인 유현명 기수가 3승을 거두며 지난해 다승왕의 위엄을 과시했다.
경마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를 끼움과 동시에 벼랑 끝에 선 경마산업에 심폐소생술을 했던 이번 무관중경마는 6월 마지막주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후에도 방역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속될 경우 마사회도 더 이상 말산업을 지탱하기 힘들어진다. 어디까지나 미봉책임을 시행체와 관계자 모두 깊이 인식하고 있기에 보다 적극적이고 발빠른 대안모색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