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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의 첫 경주마들 > > > 글 백 경중 마필관리사 > > > > 내가 처음 경마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축구부로 활동하던 고2 때 발목부상으로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진로에 대해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다. 당시 초등학교 동창인 현 배휴준조교사는 뚝섬경마장에서 기수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마침 배조교사의 소개로 처음 경마장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 > > > 하지만 기억 속에 말과의 인연은 더 어릴 때였던 것 같다. 어릴적 난곡동에 살았었는데 초등학교를 가는 길목에 벽돌과 기왓장을 나르는 말이 있었다. 왠지 신기해서 일부러 보러가기도 하고 아저씨들에게 얘기해 말이 끄는 마차를 타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경마장에 입사했을 때도 말이란 동물이 그렇게 낯설진 않았었다. > > > > 뚝섬경마장에 입사해서 배치 받은 첫 근무지는 17조 양일천 조교사님 마방이었다. 지금이야 마필관리사로 입사하기 위해서는 4개월간 기본교육을 받고 입사하지만 그 당시만해도 선배들에게 도제식으로 말일들을 배웠던 때라 선배들의 말은 곧 하늘이었고 일을 배우면서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난다. 반면 형처럼 챙겨주고 생각해 주는 마음이 마치 가족 같아서, 끈끈하고 푸근한 맛이 지금보다 인간적이었던 시절이다. > > > > 1985년 11월 28일 경마장에 입사하여 이번 달에 만 28년차가 된다. 그 동안 많은 말들과 만나고 헤어졌지만 ‘내마음속에뛰는馬’은 아마도 경마장 생활을 시작한 17조에서 처음으로 만나고 알아갔던 말이었던 것 같다. > > > > > > 환상적인 승차감 ‘복민호’ > > > > 출생일 1979. 10. 31, 경주마활동 1981.05.02 ~ 1990.12.13, > > 수말, 회색, 123전(9/17/25/17/21) 수득상금 26,845,000원) > > ※ 85년 이전 자료는 미포함 > > > > 복민호의 첫인상은 무서웠다. 복민호가 만6세 무렵이었는데 기록에는 회색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실제로 보면 흰색에 가까웠고 나이가 먹을수록 점점흰색으로 변해갔다. 당시 무게가 500~520kg이 나갔으니 굉장히 큰 말에 속했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지만 500kg의 거대한 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면 누구든 두려운 맘이 들것이다. 특히 복민호처럼 성격 있는 말에게 다가가려면 더욱 그렇다. > > > > > 복민호는 뭐든 자기 맘 데로였다. 복민호의 주특기는 기립이었는데 자유자재로 앞발을 들고 휘두르며 사람들을 위협했다. 얼마나 악벽이 심했으면 경마날 말의 체중을 확인해야 하는데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고 버텨서 전광판에 몸무게 대신 ‘악벽마’라고 게재될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일화도 많다. > > > > 말에 기승해서 놀이운동이라도 할라치며 사람을 태운상태에서 마방 주변 느티나무에게 앞발을 기대고 어느 정도 잎을 따먹어야만 발을 내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이 가만히 말의 목을 감싸고 있으면 복민호는 크게 요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을 진정시켜 놀이운동을 하면 10분 동안은 정말 편하게 운동을 하다가도 갑자기 깡총거리면서 마방으로 뛰어 들어가곤 했다. 복민호 나름대로 ‘그 정도 운동하면 됐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 > 주로훈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말들이 주로훈련을 마칠 때 쯤 복민호의 훈련은 시작됐고, 사람들은 3코너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기다리다가 복민호가 나타나면 복민호의 뒤를 쫓으며 강제로 훈련을 시켰다. > > > > 하지만 이런 악벽에도 불구하고 복민호에 대한 기억은 멋지고, 영리한 말이었다는 것이다. 비록 경마날 발주기까지 가려면 복민호의 눈을 가리고 고삐를 잡고 함께 뛰면서 발주기까지 이동해야 했지만 일단 발주기에 진입하고 경주가 시작되면 매끄럽게 빠진 흰색의 복민호는 자연스럽게 앞뒤로 머리를 흔들면서 넓은 보폭를 이용해서 힘차게 달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야~~ 정마 멋지다’란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성적도 좋았지만 달리는 모습이 정말 예술이었다. 그리고 부민호를 기승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단 복민호에 기승해서 달리기 시작하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마치 벤* 등의 최고급 세단을 타는 것같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기승자와 호흡을 마쳤다고 한다. > > > > 생각해 보면 복민호가 경주마로 2살에 데뷔하여 만11년 동안 꾸준히 성적을 내면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복민호 만의 특기 ‘제 몸 아끼기’였던 것 같다. 겨울철 마방입구에 얼음이 얼어 다른 말들은 미끄러져 허둥거릴 때도 복민호는 얼마나 조심성이 많은지 뒤꿈치부터 발을 디뎌 안정적으로 걸었고 훈련은 물론 경주 때에도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 안에서 뛰었던 것 같다. 경주를 마치고도 땀을 많이 안 흘렸고 안장을 얹은 자리에만 젓을 정도였다. > > > > 멋지게 주로를 달리던 복민호, > > 경마장에 입사해 말일을 배우면서 처음으로 멋지다고 생각한 말이라서 그런지 그 동안의 어떤 말들보다 기억에 남고 멋진 말로 기억된다. > > > > 선도부장 ‘부자호’ > > 출생일 1979-10-03, 경주마활동 1981-05-02 ~ 1989-11-04, > > 암말, 밤색, 104전(8/11/13/17/17) 수득상금 6,976,000원) > > ※ 85년 이전 자료는 미포함 > > > > 부자호는 성적이 좋았던 말은 아니지만 말들 사이에서는 선도부장 같은 말이었다. 체격도 작고 사람들에게는 온순했는데 동료 말들에겐 그렇지 않았다. 당시 뚝섬에서는 놀이운동을 할 때 관리사가 말 등에 기승하고 양손에 고삐를 하나씩 잡고 한번에 세 마리를 동시에 운동시던 시절이었다. > > > > 아무래도 세 마리를 한꺼번에 운동시키다 보면 말의 요동이 잦을 수밖에 없고 기승자도 말들을 제어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때 부자호의 진가가 발휘된다. 부자호와 함께 놀이운동을 할 때에는 부자호의 등위에 올라가 있기만 하면 됐다. 이동하는 것에서부터 양옆에 있는 말들을 관리하는 것 까지 나머지는 부자호가 다 알아서 해주었다. 옆에 있는 말이 도망가려고 하면 고개짓을 하거나 이빨로 무는 시늉을 하면서 위협해서 도망가지 못하게 막았고 그렇게 하면 아무리 덩치가 큰 말이라도 꼼작 못하고 부자호의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 > 17조의 보초병 ‘연고지’ > > 출생일 1985-10-08, 경주마활동 1987-12-14 ~ 1993-04-10, > > 수말, 흑갈색, 48전(5/3/7/6/6) 수득상금 10,173,000원) > > ※ 85년 이전 자료는 미포함 > > > > 연고지는 17조 마방 첫 번째 말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별명이 보초병이다. 이놈의 버릇은 일반 물고 본다는 것이었다. 특히 외부인이 마방에 들어온다 싶으면 영락없이 고개를 내밀어 사람들을 물곤 했다. 연고지의 악명은 외부에서도 유명했는데, 마방에서 자장면을 시키면 뚝섬에서는 마방 안쪽까지 배달이 들어왔는데 연고지에게 안 물려본 배달원이 없을 정도 였다. > > > > 사건이 일어나던 날도 마방에서 자장면을 시켰었다. 배달원은 타고 온 자전거를 마방 앞에 세우고 연고지를 무사히 피해 자장면 그릇을 휴게실에 내려놓는데 밖이 소란스러워 무슨 일인가 나가 보았더니 연고지가 마방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자기 말간으로 물고 들어와, 이러 저리 밟으면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결국 자전거 값은 물어줬고 비싼 자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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